단상및 논평

북녘땅 소달구지

김포대두 정왕룡 2006. 11. 5. 11:21

10월 30일, 밤9시가 넘어 행정사무감사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여러 가지 소회가 밀려옵니다만 추후에 다시 정리하리라 생각하고 의회 특위장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31일, 행감당시 의문점이 떠올라 현장확인이 필요한 7군데 지역에 대해 동료의원들과 함께 점검에 나섰습니다.


걸포중앙 공원을 들렀을때 문화공간에 대한 배려가 기획단계에서 부족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조윤숙 의원이 청소행정과 감사때 지적하였던 쓰레기봉투 제작과정의 문제점을 살펴보기 위해 ‘동판 보관소’및 ‘전·현 제작업체’를 둘러보았습니다. 장기동에 있는 구 제작업체 방문시엔 업체사장이 감사장에서 지적당했던 사항을 보도한 신문기사를 복사해 들고 나와 시청직원들과 의원들에게 언성을 높혀가며 항의하는 장면도 벌어졌습니다.


한강하구 습지지정건으로 현지 주민들 사이에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시암리 일대를 둘러보았습니다. 주민들과 환경부 및 환경단체 사이에 습지지정에 대해 찬반논란이 뜨거운 곳입니다. 시에서는 절충안으로 생태탐방로를 제안,추진하고 있는데 그 실태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군당국의 허가를 얻어 민통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를 바로 건너편에 마주보며 작전도로를 지나가는데 차량이동소리에 놀란 철새들이 철책너머로 비상합니다. 한강, 임진강이 만나 서해로 흘러가는 이 지역을 ‘조강’이라 부르는데 잔잔한 수면위로 한가로이 노니는 오리떼들의 평화를 깬 것 같아 미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북한과 거리가 수백미터에 불과한 시암리 해병대 초소에 이르러 군인들의 안내로 강건너 북한땅을 망원경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야, 아이들이 뛰어가고 있어.” “트랙터가 볏짚을 가득싣고 움직이네?” “누가 자전거타고 간다.”

망원경으로 북한마을을 바라다보는 동료의원들이 번갈아가며 소리칩니다.

내 차례가 되어 훑어보니  아이 두명이 올라탄 소달구지가 마을쪽으로 흔들 거리며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썰물때가 되면 불과 수백미터 거리밖에 안될 정도로 손에 잡힐 듯 한다’는 초소장의 설명을 들으면서 김포라는 지역의 특성이 새삼 느껴졌습니다.

한반도에서 서울, 북한과 동시에 접해있는 유일한 곳이 바로 김포입니다. 그런가 하면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 조강이라는 이름으로 합쳐져 강화섬에 안착하나 싶더니 다시 염하와 합류하여 비로소 서해에 두다리 뻗고 눕는 곳이 바로 김포입니다. 지금은 비록 철책에 갇혀있지만 ‘조강나루’하면 일제시대까지도 제법 번창하였던 한강하구 포구였다고 합니다.


‘저 아이들은 지금 어디로 가고있는 걸까?’

소달구지 뒤에 걸터앉아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북녘땅 아이들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봅니다. 어릴적 학교를 오갈때 논두렁 밭두렁을 내달리던 추억이 떠올라 코끝이 찡해집니다. 책보따리를 등뒤로 둘러매고 뛰어다닐땐 벤또라 불리던 도시락통 젓가락이 흔들리며 덜컹대던 소리가 두귀에 들리는 듯합니다.


“언제까지 있을거야? 다음 일정이 바빠요”

망원경에서 두눈을 떼지 않고 북녘의 풍경에 어릴적 영상을 겹쳐가며 한참이나 추억에 잠겨있는데 아래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돌아다보니 나혼자 남겨놓고 모두 버스에 올라타기 직전입니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들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못내 아쉬운 감정을 누르며 버스에 올라타 차창밖 풍경을 내다보는데 나도 모르게 김소월의 노랫말이 흘러나옵니다.


조강나루에서 황포돗배에 몸을 싣고 북녘땅을 밟아볼 그 날을 그려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