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우리당 정상화를 위한 1차전국 당원대회 참가기***
‘나의 게으름 탓일까? 지역에 파묻혀 있다보니 찾아올 일이 별로 없어서였을까?’
김포를 출발하여 열린우리당 당사를 처음 찾아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다. 영등포 시장역 근처에서 노란풍선 물결을 찾았다. 망망대해에서 등대를 만난 기분이다. 노란색이 참 반갑다. 5.31 선거때, 오기가 발동해 보란듯이 차량안팎에 노랑으로 도배질하고 다녔더니 ‘왜 그렇게 무모하냐’고 주변에서 손가락질 당했던 일이 떠올랐다. 남대문 시장까지 구매하러 찾아가 풍선밤샘작업을 했다는 당원분들의 노고를 인터넷에서 보았다. 초파일 연등처럼 줄이어있는 풍선 물결을 따라가니 확성기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중앙당사 입구. 김두관님과 악수를 나누었다.
“시의원 뵙기가 어려운 때인데 귀한분을 뵙게 되네요.”
지인의 소개로 인사를 나누는데 한마디 덕담을 건네신다.
당사앞마당을 둘러보니 벌써 자리가 다 차간다.
나눠주는 직사각형 종이팻말를 받아들고 대열 중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노란바탕에 ‘해산! 비대위’라고 새겨져 있다. 그런데 반대편에 보니 ‘사수! 창당정신’이라고 써있는데 바탕이 파란색이다.
“이거 한나라당 색깔아냐?”
옆에 있는 분이 농담삼아 한마디 던지며 웃으신다.
“머리띠 하실래요?”
오른편에 계신분이 동료들과 준비해 온 게 남았는지 나에게 의사를 물어온다.
붉은바탕에 흰글씨로 ‘창당초심’이라 써있는 띠를 받아 머리에 둘러맸다. 그러고 보니 머리띠 둘러매본게 십년도 훨씬 넘은 것 같다. 낯설면서도 향수가 어린다. 다시는 머리띠를 안맬줄 알았는데 그것도 중앙당사앞에서, 탄핵때도 안매보았던 머리띠를 매는 양손에 분노와 쓸쓸함이 묻어난다.
약간 머리가 벗겨지신 건장한 체구의 남성당원이 우렁찬 목소리로 사회를 맡아보고 있다. 순서지에 수원기간당원 노민호라 써있다. 8박자 박수율동을 가르쳐주길래 당원들과 함께 따라했더니 몸이 약간 풀린다. 식전행사로 광주 문화패 ‘하늘 땅’분들이 한판 신명나는 놀이판을 펼쳤다.
그 와중에도 계속해서 사람들이 들어온다. 좌석을 정리, 확보하기 위해 앞자리로 두 번이나 자리를 옮겼다. 주변을 둘러보니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차가운 바닥에 여럿 앉아계신데 그 모습이 자못 의연하시다. ‘김포에서도 저렇게 모시고 올 어르신들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명색이 그래도 시의원인데 달랑 혼자만 온 나 자신이 부끄럽기 짝이 없다.
어? 폴카님이다.
좌중을 훑어보는데 폴카님이 가장자리 한쪽에 서서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여느때 같으면 카메라 들고 동영상 찍는다고 바삐 돌아다니실 텐데 오늘은 그냥 바라보고 있다. 노사모 전국일꾼 되신다음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는데 잘 이겨내시라고 맘속으로 응원을 보냈다.
‘우리당 대통령과 당을 지키겠습니다’ 경남당원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서있다.
‘창당정신 지켜내자’는 팻말도 보인다.
개혁당 창당때가 생각났다. 그때는 주위분들이 가니 그냥 함께가야하는 건가보다 하고 난생 처음으로 정당에 가입했다. 정책이고 정강이고 뭐, 그런거 고민 안했다. 인간적 신뢰가 있었고 새로운 실험에 동참한다는게 마치 소풍가는 양 즐거웠다. 오늘 이 자리에 서보니 ‘개혁당 창당정신’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열린우리당 지키자는 자리에 와서 개혁당 창당이 생각나니 한편으론 우습기도 하다.
“치질증명서 있는 분만 서있고 나머지 분들은 다 앉으세요”
사회자의 멘트가 웃음을 자아낸다. 한분이 다리를 다치셨음에도 혼신을 다한 하늘땅 문화패의 식전공연이 끝나고 드디어 본 순서가 시작되었다. 애국가 제창, 묵념, 경과보고, 그리고 박무님의 대회사 낭독이 이어졌다.
“월권행위를 자행한 비대위를 규탄한다. 당의 운명은 주인인 당원이 결정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신다.
“매년 겨울만 되면 아스팔트위에 나앉아야 하는 이 짓을 언제까지 해야되나요. 여러분 지긋지긋하지 않습니까?” 사회자 노민호 당원이 혀를 끌끌차며 내던지는 말이다. 그러고 보니 아스팔트는 삭막함과 차가움의 상징이다. 인간미가 없다. 그 위에 꽃을 피우려 한겨울에 몰려나온 사람들의 물결이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중개련 대표께서 나오셔서 ‘독립군 정신이 바로 창당정신’임을 강조하셨다. 그순간 대열중간에서 나이 지긋한 한 어르신께서, “조선일보 물러가라”고 외치신다. 바로 옆에 있던 분이 “동아도 마찬가지야”라고 맞장구 친다. “이 자리에 계신 기자분들, ‘애국’의 길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기사를 쓰십시오”라고 사회자가 멘트를 받아 날린다.
신동근 신진보연대 대표께서 나오셨다. ‘창당 실패론’을 강력 비판한다. ‘간이 나쁜데 쓸개를 떼려하는 행위’라고 통합신당론을 꾸짖었다. “창당은 옳았다. 잡탕정당은 살길이 아니다.”라고 외친다. 중간중간에 참여정부의 대미 저자세를 비판하기도 하는 것을 보며 ‘신진보’라는 명칭이 스친다.
‘근데 저 분 내가 자신의 선거운동 하고 다녔던거 알까?’
현직 치과의사로 처음 보궐선거 출마했을 당시 강화도에서 자원봉사로 지지를 호소하고 다녔는데 낙선했다. 그리고 아쉽게도 4.15 총선때도 연거푸 낙선하셨다. 두 번 낙선했으면 안테나를 세우고 힘의 향방에 예민해졌을법도 한데 당권파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걸 보니 아직 맷집이 단단하신가 보다. 벌써 권력맛을 들인듯한 386출신 몇몇 의원들보다 백배 존경스럽다.
“비대위는 딴나라 사람인가, 친노직계라 하는 염동연의원이 선도탈당 준비를 언급했다. 나갈테면 빨리 나가라. 현재의 문제는 기간당원 제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기서 무너지면 공천권 행사등 모든면에서 권위주의 정당으로 회귀하게 된다.”는 말에 연단아래선 ‘비대위 해산’이라는 구호가 연달아 나온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대통령 덕택에 뱃지 단 사람들은 이러면 안됩니다. 그렇죠? 여러분!”
여기저기서 ‘옳소!’라는 외침이 화답을 한다.
김두관 당원이 올라왔다.
“열린우리당 당원임이 자랑스럽다. 다시 아스팔트로 나서게 되었다. 당권파의 행위는 과거로 돌아가는 통합이다. 신당창당은 지역주의에 투항하는 잡탕정당을 만들자는 거다. 팔십년대의 민주 반민주 구도로는 더 이상 안된다. 저들이 당을 통째로 가져가려한다. 이제부터 당원이 주인되어 진짜로 하고 싶었던 당을 한번 만들어보자”
그 큰 체구에서 ‘전국정당, 정책정당 한번 멋지게 해보자’고 힘주어 외치는 소리가 장내를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국참연 대표가 올라왔다.
먼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얼마전에 비대위에 권한을 이양하는 데에 동의를 해준 과오를 저질렀다’고 자기비판을 한다. 그러면서 ‘정세균, 임채정 의장시절엔 당이 안정적으로 운영되었는데 요즘 보면 당이 엉망’이란다. ‘소화기를 줬더니 휘발유를 들이붓고 있다’고 현 지도부를 맹렬히 비판하는데 ‘개성공단 춤사태’등을 언급하는 등 가만히 들어보니 비판의 칼날이 김근태님에게 맞춰져 있다.
‘비대위 해체’주장 앞에서 고민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의 월권행위는 규탄받아 마땅하되 비대위 해산에는 아직 동의할 수 없다’고 한다. 이미 루비콘강을 건넌 마당이고 총탄이 날아오는 상황인데 총만들고 발포해서는 안된다는 말처럼 들린게 나만의 느낌이었나?
하여튼 좀 헷갈린다.
“여기에 모이신 분들 숫자 파악해놓았습니다. 지금부터 모금함 돌릴건데 그 액수와 일치하는지 이따 점검해볼겁니다.” 사회자가 모금을 제안한다.
연이어 단식중인 두 당원이 등단했다.
강원도 전승규 중앙위원과 박진녀 인천당원이다. 중학생 아이를 둔 박진녀 당원은 13일째 단식중이다.
“지도부는 먼저 당원들 마음 얻으라. 통합대상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통합운동이 어디있나?
정권재창출이 최고의 개혁이라는 논리 동의 못한다. 통합신당이 아니라 야합신당이라 부르자“ 전승규 중앙위원늬 발언에 이어 박진녀 당원이 약간은 핼쓱한 얼굴로 나섰다.
“연말연시에 이곳에서 당원들을 보니 가슴이 막히네요. 한나라당도 못할일을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저질렀어요. 무기력과 안타까움이 밀려옵니다. 그러나 행복합니다. 제가 다이어트를 위해선 한끼도 굶지 못하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막상해보니 단식 하나도 안어렵더라구요. 따지고 보면 여기 성한사람 누가있습니까. 다 가슴이 시퍼렇게 멍든 상처투성이 분들이잖아요. 의원분들이 자신들이 대의제의 대표니까 믿고 따라오라고 하네요. 당헌대로 하면 될것을 말입니다.”
13일째 단식했음에도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밀실야합 중단하라!”며 힘차게 외친다.
“여러분 지금 두분께 ‘힘내시라’고 말씀들 하셨는데 그것은 ‘단식 더하라’는 소리입니다. 지금은 몸을 아껴야 할때입니다. 두분께 ‘단식중단’을 권하는 뜻으로 박수를 보냅시다”
사회자의 제창에 다시한번 박수소리가 쏟아진다.
김형주, 이광철 , 뱃지를 단 당원 두분이 올라왔다.
“요즘처럼 뱃지를 달고 있는게 죄송한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주인이 변화된 시대입니다. 여기계신 당원분들이 주인입니다. 여러분들의 뜻을 묻고 여러분들이 시키는대로 하면 되는데 뭐가 문제입니까.”
“지금 우리의 투쟁은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입니다. N분의 10을 하랬더니 N분의 1밖에 하지 못하는 지도부가 있는가 하면 N분의 1만해도 될 당원들이 N분의 10이상을 하고있는 이 현실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이제 그들에 대한 존경과 인내를 거둘때입니다.”
두 의원들의 발언이 끝난다음 창당선언문을 낭독하러 아이디 ‘그레이 맘’님이 올라오셨다. 광명에서 오셨다한다. 연세가 65세시라고 한다. 이런 자리는 처음이라 떨린다는 말씀과 다르게 창당선언문을 읽어 내려가시는 모습이 단아하면서도 단호하시다.
광역대표들이 등단했다. 짧게 발언해달라는 사회자의 제안에도 하고싶은 말씀들이 참 많은 것 같다.
*제주대표-127명 대의원중 53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신당파들 자신없음 나가라, 지난 5.31선거도중 통합발언을 해서 정작 싸워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 햇갈리게 한사람이 있다. 어떤분은 계급장 떼고 대화하자는 황당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사람들의 행동에 단호히 쐐기를 박자.
*경기대표 -내가 증권투자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이다. 요즘과 같은 경제호황기가 없다. 주말이면 행락객으로 거리가 넘쳐난다. 당당하게 이야기 하자. 삼면이 바다인데 웬 운하인가. 이명박씨의 황당한 주장이 먹혀들어가는데 왜 우리는 주눅들어있나. (경기대표로 나선 모모스님은 단식하고 계신 빙주님의 오빠시란다.)
* 연이어 호남정신의 부활을 언급하신 전북대표님, 벌써 700여 당원들의 서명을 받았다는 부산대표님의 뜨거운 발언이 이어지는데 벌써 종료시간이 다 되어간다.
다들 자리에서 일어섰다.
‘바위처럼’ 전주곡이 나오고 반팔티를 입은 젊은 남성당원이 연단에 올라 율동을 연출한다. 곧 마당전체가 흥겨움에 젖어들고 남녀노소 할것없이 덩실덩실 춤을 춘다. 한번으론 성이 차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한 사회자가 한번 더 ‘바위처럼’을 부르자고 하니 여기저기서 ‘열린우리당 당가’를 부르자 제안한다. 대전의 ‘민들레’님이 연단위로 뛰어 올라가 몸을 흔들어댄다. 그간 참여하였던 두 번의 전당대회에서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당가가 오늘은 흥겨움속에 자못 ‘비장감’이 넘쳐 흐른다.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 당원 한분이 카메라폰으로 여기저기 셔터를 눌러댄다. 율동을 따라하기엔 힘들지만 그 장면들을 담아두지 않으면 못배기겠다는 표정이다.
이성수 당원이 결의문을 낭독하러 올라왔다. 그런데 양손에 목발을 짚고 계시다. 지역 장애위원장으로 소개되신다. 몸은 불편하지만 결의문 읽는 모습에 단호함과 자신감이 넘쳐난다.
결의문 낭독을 마지막으로 이제 순서가 끝났다보다 했다.
그런데 노민호 사회자께서 ‘윗분’들 춤솜씨를 봐야겠단다. 김두관, 김형주, 이광철, 신동근님등이 연단으로 불려나왔다. 민들레님이 다시 등장했다. ‘열린우리당가’가 거듭 울려퍼지고 춤판이 또 벌어진다. 이제는 여기저기서 기차행렬이 등장해서 마당 전체를 감싸버린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대한민국을 사랑합니다.’
건물을 올려다보니 벽면에 내걸린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대한민국이란 글자뒤에 ‘열린우리당 창당정신’이란 말을 집어넣고 허공을 향해 크게 외쳐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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